근대 시민 사회에서 '개인'과 '전체'는 왜 충돌할 수 밖에 없었는가 ?
근대 시민 사회의 형성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반동성'과 급격한 '변화'에 그 특징을 두어야 할 것이다.
종교적인 절대성의 퇴색과 더불어 강화되었던 절대 왕정은 역시 그 자신이 강화시킨 중산 상공업 계층에 의하여 붕괴되어 버린다.
즉, 민중이 권력을 쟁취하게 된 것이며, 또한 이러한 '민중'의 성격 또한 초기에는 제한적이었다.
과도기적 자본주의 체제에서 잉여 이윤은 축적과 분배 과정에서 불균형을 낳았으며 실제적으로 인간 일반에 대한 보편적인 평등과 개인주의적인 자유의 (특히 재산권에 대한) 요구가 뒤섞여 있는 시점이었다.
여기에, 개인과 전체의 충돌 과정에 대하여 비록 그 이론이 절대 군주들에 의해 애호 되기는 하였지만 홉스의 시민적 국가론에 대하여 고찰해보기로 한다.
홉스의 이론은 자연 상태(어떠한 법적인 구속력이나 공식적인 지배가 없는 상태)에서 출발된다. 이 상태를 그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고 묘사하였다. 이와 같은 자연 상태관에서 그의 논점이 출발한 것은 그때까지의 사회관이 상정하고 있는 자연 질서에 대한 실재관을 부정하고 연계를 단절한 후 다시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사회관계를 구성하기 위하여서 였다.
이러한 상태에서 그는 자연상태의 모든 법을 부정하였다. 인간은 그 자신의 자연, 즉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자의대로 그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자유를 갖는다. 개인은 선악의 궁극적 심판자가 된다.
홉스는 이렇게 자연 상태에 있어서의 모든 법의 타당성을 부정한 후에 인간의 자연에 속하는 생명유지라는 자연의 제원리로부터 출발함으로써 그 위에 시민사회의 형성 원리를 구축하려고 노력하였다.
전제된 바와 같이 개인이 선과 악에 대한 궁극적인 심판자가 되며 개인의 권리에 대하여 규제할만한 아무런 공식적인 체계가 없다면 개인은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으며 자연히 투쟁상태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상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는' 상태인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개인은 끊임없는 공포에 시달려야 하고 계속되는 투쟁 상태 속에서 결국은 자신의 권리의 일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상태가 도래한다. 이러한 자연권의 포기와 거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평화의 원리'로서 이성이 명령하는 것이 홉스의 자연법 사상이다.
이러한 홉스의 자연법 사상의 근대성은 다음과 같다.
자연법의 관념은 그리이스 말기로부터 서구 사상의 전통을 이루어 온 것인데, 개개의 사건이나 인간 개개인을 초월한 하나의 보편적인 이법이 존재하며 이 이법이 바로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는 사상이다.
이것은 자연을 지배하는 보편적인 이성의 법칙이 그대로 인간 세상의 법규가 되었으며, 개개인의 인간이 가지는 권리가 이에 앞서 존재하는 국가나 사회의 법에 의하여 주어지고 보장되어지므로 개개인의 권리가 그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한 개인은 국가의 전체적인 요구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홉스는 자연 상태에 있어서 모든 법의 타당성을 부정함으로써 개개인의 주관적인 청구권을 중심으로 사고 방식을 전개하였다.
즉, 종속적이었던 인간의 권리를 인간 권리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홉스의 자연법의 근대성은 평등한 권리 주체 상호간의 입장의 교환을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보여지고 있다.
자연 상태의 인간이 스스로 가지고 있는 권리를 바탕으로 그러한 권리를 무제한적으로 남용할 경우, 투쟁의 과정에서 생기는 손실을 피하기 위하여 개개인이 서로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으며 그곳으로 인도하는 '이성의 지시'가 자연법이며, 홉스의 자연법은 '입장의 교환'을 상정한 논리였다.
홉스의 자연법은 평화유지를 목적으로 자연권의 상호 양도를 논술하였는데, 계약 이론을 중심으로 거기에서 성립되는 사회의 법적 규범을 포함한 것이었다. 홉스의 자연법은 계약이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원시 수렵 사회와는 달리 상업적인 교환이나 계약이 이에 파생되는 인격 상호간의 사회적 교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절대 조건이 되는 근대 상업 단계의 시민 사회의 질서 원리였던 것이다.
그는 도덕의 기준을 타인에 대한 선행에서가 아니라 타인의 권리 내지 소유의 상호 불가침이라고 하는 시민 사회의 질서 유지를 위한 불가결한 정의의 유지, 실현 속에서 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민 사회 사상가로서의 홉스에게는 자유, 독립의 행위 주체로서 시민 상호간의 사회적 질서 유지와 그를 위한 도덕이 문제였는데 이러한 것들의 기준을 이루는 것이 '이성에 의하여 찾아낸 일반 규칙'으로서의 자연법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역설적인 논리가 도입된다.
즉 인간은 이성적으로 행동하기 보다는 정념적인 면에서 행동하기 쉬우므로 평화의 원리로서의 자연법을 강요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공동 권력의 확립은 시민 상호간의 계약에 의거한 자연권의 포기를 유도하게 되는데, 이러한 자연법의 사회적 유지를 위한 자연법의 포기는 기본적으로 모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홉스의 논리로는 개인과 (국가적인) 주권자간의 계약은 상호 계약이 아니며, 일방적인 수권 계약이므로 주권자는 국민 개개인에게 구속될 필요가 없다고 되어 있다. 이것은 홉스의 논리가 다분히 절대주의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하지만 홉스의 논리의 근대성은 그 이전의 국가관이 가지고 있던 도덕성에서 벗어나 수단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구성되었으며 시민 사회의 유통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외적' 기구에 불과하다는 주장에서 잘 드러난다.
이러한 근대성과 논리의 모순은 홉스의 시대 단계에 있어서의 시민 사회와 시민 사회의 인식에 대한 미숙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홉스의 국가론에 대하여 고찰하여 보았다.
전술 되었다 시피 홉스의 국가론은 이미 이론 단계에서도 그 논리에 모순점을 드러내고 있으며 실제적인 경우에도 근대 자본주의 시민 국가는 초기 자본주의의 혼란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권리의 주체자로서의 시민들은 전 시대의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하였으며 상업을 근간으로 보다 활발한 자본의 유통이 있었으며 이러한 상태에서 자유는 또 다른 집중을 초래하여 전혀 새로운 (외적으로) 형태로 '평등'을 파괴하였다.
외적인 계약의 유지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국가는 실질적으로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방임적일 수 밖에 없었으나 그것은 이론적인 면이고, 국가는 이러한 자유를 마치 초기의 무제한의 자유를 상호 계약에 의해 스스로 규제해야 했듯이 규제를 강제하기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마치 절대 왕정이 스스로 키워놓은 중상층에 의하여 붕괴했듯이 시민들이 획득한 자신들의 권리 역시 인간의 이성적 능력의 한계 때문에 제한되어야 한다는 필연성을 보여주고 있다.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