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는 어떻게 합리론과 경험론을 종합하였는가.






    현실의 존재와 인식의 원천에 대한 대립된 견해에 의하여 구분되는 근대 철학의 두 가지 경향, 곧 합리론과 경험론은 그것들이 등장한 이래로 서로 엄격하게 분리되어 인식되었다.
    합리론자들은 보편적으로 고정된 개념과 법칙으로부터 진리에 접근할 수 있으며, 경험론자들은 경험이 우리의 전체 지식의 유일한 원천이라고 생각 되었다.
    합리론자들은 그와 같은 출발점으로부터 그들의 형이상학적 체계를 구성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주관론자들의 독단적인 성격과 차이, 그리고 다양한 모순은 합리론적 결과의 타당성 자체를 의심하게 만들고 말았다.
    경험론도 마찬가지여서 흄이 객관적 타당성을 부정한 이후로 객관적인 세계에의 인식을 포기하게 되었으므로 이러한 인식의 기초를 통해 객관적이고 타당한 지식을 정립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 났다.
    이들의 문제점은 일면성에 있었다. 이러한 일면성은 인식의 형성에서 함께 작용하는 요인의 관계에 대한 통찰의 결여에서 유발되었다.
    숙련되고 우리들 안에 놓여있는 인식을 객관화한 합리론은 이성 인식의 타당성을 과대 평가하고, 경험의 의미를 잘못 판단하였다.
    이에 반하여 경험론은 모든 인식을 경험에만 기초하려 함으로써 인식을 위한 보편 타당한 이성의 법칙을 무시하였다.
    철학적 인식이 확실한 기초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두 경향의 전제들이 상세히 검토되어 하나의 새로운 종합적인 통일적 파악 방식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이것이 칸트가 비판주의를 통해 성취한 업적이다.

    먼저, 칸트는 모든 인간의 인식은 경험에서 시작되며 또 거기에서 끝난다는 경험론자들의 견해를 취했다. '순수 이성 비판'의 서두에는 강한 경험주의적 진술이 서술되어 있다. "모든 사유는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궁극적으로는 직관에, 그러므로 우리에게 있어서는 감각에 관계 지워지지 않으면 안된다."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는 우리에게 객관이 주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칸트는 경험론자들은 경험 역시 경험적인 소재를 조직하는 수단과 양식을 부여한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주장하였다.
    만약 이러한 조직 원리들이 진정한 인간 정신의 소산으로서 경험으로부터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이성의 독립과 자유를 구제하게 될 것이다. 경험 자체가 이성의 소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경험이 감각이나 인상의 무질서한 다양성이 아니라 감각과 인상의 포괄적인 조직체일 것이기 때문이다.
    칸트는 인간정신에 경험(감각으로 파악된)으로 주어진 상황을 조직하는 포괄적인 '형식'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이것이 직관의 형식 (공간과 시간)과 오성의 12가지 범주이다.
    이들을 통해 정신은 감각의 다양성에 질서를 부여하며 이것들을 조직하는 제 형식들은 그것에(경험되어진 감각) 대해 선험적이다.
    경험은 인간 정신의 선험적인 활동에 의해서만 필연적이고 보편적인 질서를 나타낸 것이며 이러한 인간 정신은 모든 사물과 사건을 공간과 시간의 형식을 통하여 인지하고 오성의 범주를 통해 그것들을 개념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에 대한 형식과 범주들은 경험에서 유래하지 않는 것으로서 그 까닭은 흄에 의해서 지적된 바와 같이 그것에 상응하는 어떠한 인상이나 감각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험은 조직된 연속체로서 그것들 속에서 발생한다. 그 형식과 범주들은 인간 정신의 구조 자체를 이루는 것이기 때문에 보편 타당성과 적용 가능성을 가진다. 객관의 세계는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질서로서 주관에 의하여 산출되는 것이다. 직관과 오성은 경험 그 자체의 조건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합리론적인 전제인 것이다.

    위와 같은 논리의 전개로 칸트는 경험론과 합리론을 통합하였다. 이제 다시 한번 칸트의 이론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칸트의 철학은 우선 인간의 인식의 타당성, 한계 및 원천을 확립하려는 노력을 가진 인식론이며 본질적으로 탁월한 그의 철학적인 의미는 여기에 있다.
    칸트의 탐구를 통하여 결정적으로 인간의 인격의 본질과 세계에 대한 인격의 관계가 밝혀진다.
    전술된 바와 같은 두 가지 인식론의 일면성에 대한 모순에 관하여 칸트는 모든 인식은 2가지 종류의 요인들, 즉 경험적 요인과 합리적 요인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만일 아무런 외계도, 그리고 아무런 경험도 없다면 인식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식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직관과 오성의 범주에 관하여, 오성의 범주를 직관 형식(물론 시간과 공간)에 적용하면 오성은 선천적인 종합 판단을 형성한다. 이 선천적인 종합 판단은 가능한 대상의 형식, 대상의 상호 관계 및 대상의 존재 조건을 표현하게 된다. 이러한 형식은 순수 오성의 원칙, 즉 순수 자연의 법칙이다.
    인식의 가치는 다음과 같이 형성된다.
    우리들의 사유는 단지 경험적인 직관에 의존한다. 직관은 분명한 자아를 지님으로 우리는 결코 물자체를 경험할 수 없고 사물이 우리에게 현상하는 대로만 사물을 파악할 수 있다. 物自體의 은폐성에 인식의 한계가 놓여 있다.
    질서 지어진 현상의 영역은 자연이다. 그러나 오성이 현상을 대상으로 사유하며 현상 상호간의 관계를 맺어 줌으로서 오성은 이와 같은 질서를 형성한다.
    그러나 이것은 오성이 자연으로부터 경험을 초월한 보편 법칙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보편 법칙을 기술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칸트의 철학을 코페르니쿠스의 그것과 비교하게 된다. 코페르니쿠스가 감각을 기초로 하는 천동설을 뒤집은 것과 마찬가지로 칸트는 똑같이 외적 가상을 근거로 하는 자연에 대한 인간 의식의 관계에 대한 일상적인 견해를 뒤집어 놓았다. 이제 이성은 그 자체로서 자연에 뛰어 들게 된 것이다.

    '실천 이성 비판', '순수 이성 비판'에서 칸트는 인간의 형식과 한계가 이성 자체에 의하여 규정된다는 것을 밝혔다. 이성은 자신 안에 놓여 있는 선천적인 원리에 따라 이성의 형식과 한계를 형성하며 따라서 인식의 형성에 있어서 자발적이다. 그러나 이성의 활동은 외부에서 유래하는 자료에 의하여 제약을 받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칸트에 의하면 의욕에 관해서도 인간 영혼의 자발적인 원리가 받아들여 진다. 그것은 자발적인 의지이다. 그러나 의지에 관계되는 대상은 오직 경험에 의해서만 주어진다. 이것은 그의 자유가 정언명법에 의하여 오로지 선을 행할 때만 (곧 마땅히 해야 한다면 선택할 수 있다) 자유를 실천적으로 확인될 수 있다는 것으로 실천 이성의 상대적인 우위를 주장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칸트는 근대 인식론의 초기의 가장 큰 두 가지 철학 사조인 경험론과 합리론을 비판하여 종합하였다. 두 가지 인식론은 그 일면성 때문에 자체적인 모순에 빠져있었으며 칸트는 선험적인 직관과 오성의 범주를 통하여 감각적으로 경험되어지는 현상 세계를 재구성하는 방식의 통합을 제시하였다. 이것을 근간으로 그의 '순수 이성 비판'이라든지, '실천 이성 비판', '판단력 비판'등이 서술되었다.
    종합적으로 그에 의한 인식의 과정은 아래와 같이 진행된다.

    첫째, 사물은 감성을 촉발시킨다. 따라서 감각의 혼돈이 부여된다.
    둘째, 감각은 순수 감성에 의하여 공간 시간적으로 정리된다.
    셋째, 경험적, 공간 시간적으로 질서 지어진 직관은 포괄적인 판단력에 의하여 인식의 범주에 포함된다. 곧 범주적으로 정리된다.
    넷째, 인식은 따라서 지각된, 공간 시간적으로 질서 지어진, 범주적으로 구성된 경험이다.

    위의 과정을 통하여 종합하여 본다면, 합리론의 선험적인 인식의 면과 경험론의 후천적인 감각적 경험이 어울려서 하나의 인식을 구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칸트가 종합한 새로운 인식론인 것이다.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