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공학에 관한 소고.
전자공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구성한 '패러다임의 관'에 대한 서술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떠한 학문을 택했더라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을 것입니다만...)
우리가 앞으로 망하게 된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망할지에 대한 작은 예시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조금 까다로운 내용도 있으니 참조 하십시오... 다만, 공학계통,
특히 전자나 전기, 제어쪽을 전공하시는 분은 한 번 읽어 보시는 편이 좋을 듯...
(시간 버렸다고 욕하지 말아 주시시기를... ^^;)
금세기는 전자공학이 이루어냈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근본적으로 뉴턴의 역학의 수리화와 사회 전반에 대한 적용에 의해 근대의 서양 문명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고 한다면, 그것은 금세기에 와서 양자역학이나 상대성이론 등을 통한 기계적, 혹은 에너지 차원의 광대한 뒷받침에 의해 현대의 인류 문명을 이루어 냈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전자공학의 분야는 또한 매우 광범위하다. 현재 기계문명의 제어를 담당하고 있는 전자공학이라는 학문을 정의한다면 한마디로 무엇이라고 할 수 있 을 것인가.
학부 과정중 나름대로 도출한 개인적인 견해로, 전자공학은 곧 '신호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정의 내렸다. 곧, 전자공학이란 신호를 만들어내고, 신호를 보내어 받고, 저장하며 가공하여 그 의미관계에 대해 해석하고 신호와 외부의 계(system)와의 상관관계를 통해 목적하는 작업을 수행해내는 것이라는 견해이다.
곧, 전자공학은 통신, 제어, 컴퓨터의 제반 분야와 함께 그 응용과 반도체나 센서공학등 기계적인 제작일체를 포함하는 폭넓은 분야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전자공학의 주요발전분야는 과거의 '신기함'과 '편의'를 위주로 하는 가전 제품에서 정보가 하나의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는 현재의 경우, 그 방법과 내용의 양쪽을 내포하는 통신의 제 분야로 이관되어 가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발전하고 있는 현재의 과학기술은 물론, TV, VTR 등의 가전제품이라 든지, ENIAC, Apple 등의 컴퓨터라든지, 휴대용 전화기, 인공위성 등의 통신기술등의 대표적인 이름을 가지고 있었고, 또한 현재도 그러한 이름으로 발전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러한 기구들을 한꺼울 벗겨내고 본다면 모든 기기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바로 제어기구이다.
일반적으로 메모리와 CPU의 만남은 전자공학의 기계적인 발전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그전까지의 Combinational/Sequential circuit는 임의의 제어 입력에 대해 원하는 동작을 만들어 내는 출력을 얻어내기 위하여 논리적으로 구성되어 고정된 회로였다.
이 말을 바꾸어 하자면, 개발단계에서 논리 구조에 하자가 생길 경우, 디버깅을 위해서는 기계의 제어부 전체를 교환해야 했다는 말이며, 또한 기계적인 소자를 하나 하나 직접 구성해야 했다는 것이다. 또한 개발 후에도 새로운 기능의 첨가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범용성을 갖는 처리 장치인 CPU에 일반적인 방법으로 기술된 처리 명령어 set을 가지고 있는 메모리를 부착하여 일련의 처리단계를 지정해주면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제어기가 할 수 있는 작업의 영역을 거의 무한에 가깝도록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제어기의 혁신이 S/W 발달의 토대이며 바로 현재의 기계문명의 발달을 이루어 낸 장본인이라고 할 지라도 그것은 그렇게 크게 틀리거나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 우리 나라의 현재 실정을 뒤돌아보면 메모리분야에서 얻어낸 성과에 비해 이러한 제어분야의 발전도는 사실상 엄청나게 뒤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상 메모리라는 것은 같은 부분의 반복을 사진으로 식각해내고, 소자의 특성을 개선하는단순한 작업에 불과하다. 물론, 이러한 기술도 대단한 투자와 노력으로 얻어지는것이지만, 메모리는 전술한 특성에 의해 제어부분을 쫓아갈 수밖에 없다.
즉,메모리의 시장은 제어기의 시장을 뒤쫓아 갈 수밖에 없으며, 제어기분야가 가지고 있는 풍부한 활용성에 비해서도 시장의 단순성을 면하기 힘들다.
그 대표적인 예가 메모리 생산과잉에 의한 반도체 가격 폭락이 아니었을까 한다.
제어기의 경우라면, 몇 가지 명령체계와 처리의 효율 변경에 의해 간단히 새로운 모델로 바꿀 수 있으며, 그러한 개선된성능을 원할 경우, 수요층은 가격과 상관없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이다.
실제로 메모리나 CPU의 경우 생산과정은 동일하다. 오히려 메모리쪽의 집적기술이 더 뛰어나야 한다.
그러나, 생산후 그 단가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 된다.
여기에 근래에 새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ASIC, 즉 주문형 반도체이다.
간단히 말해서 ASIC도 고객이 주문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제어기라고 할 수 있다.
즉, soft화, 다양화가 미래형 산업이라면, 반도체 분야에 있어서도 제어기쪽과 주문형 반도체의 개발이 그러한 경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제어기, 특히 CPU의 개발은 단기간 내에 급성장 할 수 있는 분야라고는 보기 힘들다.
더군다나 이러한 칩들이 기존의 제품을 단순하게 모방을 하는 형태로서는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며, 그렇다고 새로운 기능과 형태의 CPU를 개발한다는 것은 기존 제품과의 호환성의 미비로 외면 당하기 쉽다.
그러한 제어기의 개발과 함께 반드시 그러한 제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주변장치의 개발이 필요시 된다.
특히,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분야에서 사용되는 주변 장치의 개발에 사용되어 호환성을 일부 유지한채 해당영역의 처리를 위한 고유의 기능이 부가되어 있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의 시작은 물론 기존의 제어기를 이용한 시스템의 구현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인류 문명의 가치기준의 변천 흔적을 추적해 본다면, 다음과 같이 재구성해 볼 수 있다. 원시 공산주의 체제는 생산물의 희소로 인해 형성되었다. 즉, 상대방을 위한 어떠한 배려도 불가능한 상태 에서 지속적 생산활동을 통해 구성원중 일부가 생산물을 독차지하며 생산활 동에서 잠시간 소외된 구성원들이 영구히 폐기되도록 방치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생산물은 공유되어야 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생산수단의 발전의 생산물이 전체의 생존 기본 요구량을 넘었을 때 해체되게 된다. 즉,잉여 자산이 발생한 것인데, 잉여 자산은 당연히 생산물의 소출이 부족할 때를 대비하여 저축이 되게 될 것이며, 잉여자산이 넘쳐날수록 이러한 자산의 축적은 증대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잉여 자산을 따로이 관리하는 계층이 요구되고, 이러한 계층은 동시에 외부로부터의 생산물의 피탈을 막기 위해 무력을 보유했어야 할 것이다.
마침내 잉여자본의 축적이 가져온 결말은 계급의 형성과 자산의 독점이었다.
이후, 그리스나 로마 문명의 특성이 보여주듯이 이러한 노예경제체제를 통해 얻어진 여가는 정신활동의 활성화에 기여하게 되며, 곧 심대한 정신문화의 기본토양이 된다.
이 시기 이후에는 자산과 함께 지식이 새롭게 독점되는 문화가치재로서 등장한다. 산업혁명이후 자산의 비약적인 폭발적 증가는 근대 문명의 새로운 발전의 토양이 되며, 인쇄매체의 발전 등에 힘입어 지식도 비교적 용이한 방법으로 전 계층이 공유할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
전자공학의 발전에 의해개인 상호간의 통신 활동이 용이해 지면서 새로운 가치재로 등장한 정보는 점점 더 빠르고 많은 교환수단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의 시대는 이러한 통신매체로서의 전자공학의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진행될 것이다.
아직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통신수단으로는 실시간의 동화상 전달이 쉽지 않으며, 3차원의 가상현실의 사용은 더더욱 어렵다.
완성된 통신체계라는것을 가정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적어도 현재의 통신 체계는 현재,단말기 단계에서 요구되는 조건을 충족하기에도 역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롭게 열리고 있는 지구촌 문화의 상호 교류를 위해 인공위성과 광매체를 통한 새로운 개념의 통신망은 기본적인 처리를 위해서 보다 신속한 대용량의 정보의 이동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
이밖에, 현재의 상태에서도 인간은 우리자신이 살고 있는 행성조차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 특히 심해의 탐사는 지상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며, 가까운 위성인 달에도 실제 제대로된 실측탐사가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영역에 대한 확장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통신에 관련된 다음과 같은 사항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통신이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하지만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보통신은 고부가가치성을 가지고 있다. 정보는 가공여부에 따라 효율적인 역량의 조절을 가능하게 해 준다.
다시 말하자면, 정보 그 자체의 교환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가 더욱 중요하다.
오늘 적이 쳐들어온다는 정보를 알고 있으면 뭐 하는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적이라면, 그 사실을 알고 있으나 모르고 있으나 당하는 것은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러한 정보의 효율적인 처리와 처리 결과의 효과적인 수행을 위해서, 또한 정보통신 기기 자체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도 제어의 필요성은 더더욱 심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살펴볼 문제는 통신의 발전과 함께 그 다음으로 닥쳐 올 다음번 주제는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가전제품이나 컴퓨터나 통신등,지금까지 주도의 대표의 이름을 걸고 있는 분야들은 또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어찌 보면 대단히 단순한 것인데, 바로 '편의'이다. 즉, 사람이 다루기 편해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의미심장한 사항이다.
현재 인간의 작업은 기술력으로 집약된다. 기술력에는 복잡한 작업수행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예전에 삽으로 수행되었던 작업이 지금은 포크레인으로 쉽게 수행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도 산업 로보트를 통한 작업의 수행이 완성차의 고장율을 크게 낮추고 있다.
여자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는 시점에서 가정을 돌보는 작업의 기계화도 필요할 것이다. 공통적으로 제어기의 연장선상에서 로보틱스의 발전이 요구된다.
로보틱스의 발전에 따라 우려되고 있는 중요한 사항은 바로 인적자원에 관한 것이다. 맹목적인 자동화는 결국은 창의력을 가지고 수행되는 인간의 작업과 개선가능성을 매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우리의 현실에 아직도 개발해야 할 영역이 적지 않다.
심해의 광대한 지역이 엄청난 자원을 가지고 미개발지로 남아 있으며, 멀게 보아서는 가까운 지구형 행성들, 목성형 행성들도 개발될 경우 거의 무한에 가까운 막대한 자원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이러한 현재의 미개발지들은 나름대로 개발을 위한 인간의 활동이 어 렵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지역에서의 작업을 위해서 필요한 utility 로 가장 적합한 형태는 바로 인간일 것이다.
이러한 지역의 특성중 하나는 개발 지역까지 자재를 운반하는 것이 어려우며 다목적형태의 기기가 필요하며, 인간 적인 면에서 다루기 쉬어야 할 것이며, 인간의 형태야말로 그러한요건에 충실 하게 맞아 들어가는 기본적인 구조일 것이다.
또한 home-automation의 경우에 도 이와 같은 사항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제분야에서 연구 되고 있는 바와 같이 기존의 처리체제를 통해 이러한 기기를 움직이는 것은 쉬 운 일이 아니다,
제어기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도시 교통의 효율화를 위해 차량들의 유동상황을 점검하고 관리한다면, 지금 연구중인 각 차량의 GIS데이터를 이용한 GPS system을 개별적으로 구성하는 것만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즉, 중앙에서 그러한 개별적인 network의 유동상황을 조정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바로 최적화일 것이다. 현재 신경망(Neural network)의 모델중 홉필드 모델이 최적화에 많이 응용되고 있다.
또한 전체 망구조를 점검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대해 적절한 구조자체의 변경도 검토되야 하는데, 여기에는 인간과 같은 창조성이 요구된다.
실제로 가장 이상 적인 Man-Machine Interface는 바로 인간과 같이 대화할 수 있는 기본적인 사고능력을 갖춘 컴퓨터일 것이다.
이러한 면을 고려한다면, 차세대의 제어기, 컴퓨터의 방향은 기존의 노이만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지능형으로 변화 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수 있다. 이것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심대하다.
유럽이나 일본지역, 뇌의 10년을 선포한(1990-1999, Decade of Brain)미국의 경 우, 이러한 형태의 컴퓨터를 개발하기위한 연구는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이러한 성과는 조만간 나타날것이며, 이러한 방식이 앞으로의 제어기의 주류를 장악한 다면, 기존의 방식을 이용한 메모리, ASIC, CPU등은 보조기구로서 그 명맥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시장의 형성 또한 그러할 것이다.
변화의 빠르기로 보아 이러한 것은 수십년 이내로 닥쳐 올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연구하고 종사하기를 바라는 제어기 분야의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여 학부에서 나름대로 많은 개인적인 연구를 해 왔으나 여실히 부족함을 느낀다.
그러나 더욱 큰 위기감은 우리에게 이러한 분야에 대한 준비가 너무나 없다는 것이다. 카타스트로피 이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변화는 표면의 저변에서 서서히 진행되어,마침내 급격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가면 갈수록 그러한 변화 가 가지고있는 변혁의 에너지는 막대한 것이 되어 갈 것이며, '기본'이 없는 기술은 어이없게 붕괴할 것이다.
학부기간중 준비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다만, 폭넓게, 그리고 무엇을 시작하든지 유관되어 있는 타 분야와 조화롭게 조합되어 자기의 전문분야를 다지는 것이 학부과정에서 추구할 수 있는 적정한 목표라고 생각하여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많은 노력 을 기울여 왔다.
노력만으로는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자신만의 최선을 다했다는 만족을 얻을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내 생각 에는 그러한 자기 긍정보다는 자괴감에 시달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 은 과연 삐딱하기만 한 생각일까? 우리는 흘러만 갈 뿐이다.
하늘에서 보면...
모든 도토리는 똑같아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별 생각없이 도토리 알을 짓밟아 버릴지 모른다. 다만, 도토리의 상처는 도토리에게 보일지 모른다.
누가 그들을 감싸 안겠는가.... (이 구절은 김 혜린의 만화에서 차용했음.)
1997.